따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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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거래(D2C)로 성공한 와비 파커(Warby Parker),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 허블 등 D2C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달성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거나 개선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더욱 낮추고, 가치와 경험과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성공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셈이죠. 어떤 사람들은 D2C기업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성공모델이 거의 유사하다며 붕어빵 찍어내듯 한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작 그들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똑같아 보여도 실제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부쳐주는 게 아닐까요?

 

이것이 새롭게 등장한 많은 D2C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전략이기는 하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그들과는 또 다른 전략을 구사해서 프리미엄 제품을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전략은 수행 난이도가 더 높기 때문에 사업에 미치는 위험성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왼쪽 하이디 잭, 오른쪽 데이빗 스펙터 부부

하이디 잭(Heidi Zak)과 데이비드 스펙터(David Spector)는 온라인으로 브래지어를 팔기 위해 ThirdLove를 창업하면서 란제리의 자이언트 브랜드인 빅토리아시크릿(Vitoria's Secret)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 시장의 약 33%를 점유하고, 1,1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매년 텔레비전 패션쇼를 열어 시청자 수백만 명의 시선을 모으면서 다른 란제리 제조사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잭과 스펙터는 단순히 의류 제조업체 수십 군데가 이미 출시하고 있는 표준 브래지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브래지어를 디자인하고, 30개가 넘는 부분에 고급 재료를 사용해 브래지어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소비자의 몸에 더욱 잘맞는 브래지어를 제작하고, 할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빅토리아시크릿을 포함해 인기 있는 브랜드의 브래지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업계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나는 창업자들이 D2C 브랜드를 구축하고, 침체되어 있는 진부한 사업 범주에 초점을 맞추고, 디지털 방식으로 소매업에 접근하는 방법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회의를 계기로 브랜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2011년 직장 생활에 지친 잭과 스펙터는 전자 상거래 사업을 시작하면 어떨지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업 범주를 표적으로 삼을지 확신하지 못하다가 이 무렵 잭(아내)은 마음에 드는 브래지어를 찾느라 속옷 서랍을 뒤지면서 답답해하는 자신을 발견했죠. 이를 계기로 브래지어를 십여 개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 불편하고 몸에 아주 잘 맞지 않는 제품을 구매했었고, 게다가 브래지어를 구매하는 경험이 즐겁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중에 잭은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브래지어 쇼핑을 좋아하는 여성은 없습니다. 할 일 목록 20여 가지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밀리죠. 개인적으로 나는 브래지어를사러 가느니 차라리 설거지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을 이용하면 브래지어를 훨씬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요. 쇼핑을 밤에 할 수도 있고, 주말에 할 수도 있죠. 구태여 매장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잭과 스펙터는 둘 다 제조업이나 브래지어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지만 디자인 감성과 기술을 결합해 더욱 나은 브래지어를 만들 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부는 2012년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10만 달러를 투자해 기업을 세우고 미커머스 (MeCommerce Inc.) 라는 사명을 붙였습니다. 나중에 브래지어 이외에 다른 제품을 다룰 의도를 품었고 사명 자체가 개인화 상거래를 암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부는 여성이 브래지어에 대해 "사랑 love" 하고 싶어 하는 세 가지 속성, 즉 스타일, 느낌, 핏(FIT)를 전달한다는 뜻으로 브래지어 사업을 ThirdLove로 불렀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패션이나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했고, 둘 다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으며, 셋 모두 제공하는 경우는 훨씬 희박했습니다.)

 

부부가 창업을 하고 처음으로 한 일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채용한 첫 직원은 라엘 코헨 Rael Cohen이었습니다. 코헨은 몇몇 패션 소매업체에 근무했고,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고급 브래지어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잭(아내)과 스펙터(남편) 부부가 몸에 더욱 잘 맞는 브래지어를 만들기 위해 두 번째로 채용한 직원은 카메라를 사용해 디지털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에 능숙한 나사(NASA) 출신 엔지니어였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경영자에 대단한 인재 아닐까요? 브래지어 기업이 나사 출신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다니!

 

스펙터(남편)는 벤처 캐피털 세계에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자금을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D2C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잭(아내)의 회상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 기업을 50군데 이상을 돌아다니며 사업 계획을 설명하다 보면 여성에게 몸에 더 잘 맞는 브래지어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회의실에 가득 앉아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잭과 스펙터 두 사람은 2013년 초까지 560만 달러를 투자 받게 됩니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설명회를 여는 동안에도 잭과 스펙터는 소규모 팀을 꾸려 프리미엄 브래지어를 만들 재료의 공급원을 찾고, 아이폰 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THIRDLOVE 사이즈 측정 App

이러한 노력에는 기술을 사용해서 여성들이 매장보다 집에서 몸에 훨씬 잘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앱에서 가동하는 음성 자동응답기의 지시에 따라 브래지어나 몸에 붙는 상의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상반신을 촬영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사진 자체가 아니라 사진의 디지털 데이터가 회사로 전송되면, 알고리즘이 가동하면서 2차원 영상 데이터를 3차원 측정치로 변환해 적절한 브래지어 사이즈를 추천하게 되는 것이죠.

 

ThirdLove는 브래지어 앱(나중에 특허를 두 개 받은 컴퓨터 시각 영상기술)이 시험 단계에 들어간 2013년 초 대부분의 광고를 무료로 게시할 수 있는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광고를 올리고, 최고 브래지어를 착용해 보라고 권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소재 작은 사무실로 여성들을 초대합니다. 100여 명이 찾아와서 앱을 사용하고 나서 잭과 코헨이 업계에서 사용하는 표준 사이즈에 따라 만든 시제품 브래지어를 입어 보았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ThirdLove는 방문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거울을 똑바로 세워야 하고,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특정 위치에 맞춰야 하는 등 앱은 사용하기 까다로울 수 있었지만 제대로 가동하면 정확한 측정치를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앱 덕택에 예상하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요. 앱을 시험하고 시도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ThirdLove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고, 결과적으로 앱을 통해 적절한 사이즈를 제대로 추천받지 못하는 여성이 전체 사용자의 30퍼센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스펙터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해당 여성 들의 실제 브래지어 사이즈는 34B도 34C도 아니었으므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했습니다. 이러한 패턴이 계속 나타났어요.”

 

 

그러면서 스펙터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가슴에 더 잘 맞추기 위해 신발처럼 중간 사이즈를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코헨은 즉시 새로운 사이즈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34B와 34C 사이에 34B 1/2을 만들고, 34C와 35D 사이에 34C 1/2을 만듭니다. 기존 사이즈와 중간 사이즈의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FIT과 착용감에서 차이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코헨은 브래지어의 경우에는 1/4인치 차이도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중간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브래지어 제조사는 서드러브ThirdLove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04년 플레이텍스 Playtex 역시 중간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판매했지만 수요가 미미했으므로 몇 년 지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ThirdLove 달랐습니다. 앱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치수를 수집한 많은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중간 사이즈를 산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간 사이즈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사를 차별화하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스펙터는 이렇게 언급합니다.

 

"브래지어 업계에서 20년 동안 활동해 온 라엘조차도 중간 사이즈에 관한 데이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떤 기업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ThirdLove는 중간 사이즈를 추가해 최종적으로 빅토리아시크릿의 약 두 배인 거의 80개에 달하는 사이즈를 제공하기로 합니다. 대형 사이즈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레인 브라이언트 Lane Bryant 등 일부 의류 업체가 ThirdLove와 같거나 그 이상의 브래지어 사이즈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습니다.

 

2편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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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빅토리아시크릿에 도전, 직접판매(D2C) 브랜드 : Third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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