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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섹시미로 차별화하여 시장점유율 30%를 넘어섰던 브랜드가 추락하기 시작하여 매장들이 폐점하며 급기야 매각에 이르는 위기를 맞이합니다. 

 

2020년 2월 미 언론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 L 브랜드는 이날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에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55%를 매각하기로 했으며 매각 금액은 약 6,300억 원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미국 속옷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으나 2016년부터 수년간 매출 악화에 직면하면서 결국 추락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20년 가까이 진행해 온 속옷 패션쇼 TV 중계도 중단하고, 본사 직원의 약 15%를 감원했습니다. 50여년간 회장(CEO)을 맡았던 레스리 웩스너 회장도 매각과 함께 퇴진했네요. 그는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최장수 CEO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D2C 시대를 맞아 변화하지 못하는 당대 최고의 브랜드가 어떻게 추락하는지 정리를 해 보면 배우는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성장기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은 미국 최대의 란제리 회사로, 1977년 로이 레이먼드가 설립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MBA 출신의 로이 레이먼드가 아내에게 속옷을 사다 주기 위해 여성 속옷 가게에 가기 부끄러웠던 경험에 착안하여 창립한 회사라고 하는데요. 개점 첫 해에 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매장 3개를 더 만들어 5년 후인 1982년 레슬리 웩스너에게 4백만 달러에 매각한 후 '연인이나 아내에게 속옷을 선물하려는 남자들을 위한 매장'이라는 당시의 빅웨이브를 타고 철저히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탈바꿈했고, 섹시한 속옷 브랜드도 많이 만들어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브랜드를 저렴한 이미지에서 고급스럽고 섹시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995년부터 빅토리아 시크릿은 미국 텔레비전 황금시간대에 매년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시작하기로 했죠. 1995년 패션쇼를 시작으로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워킹하는 여성들이 관음증이 있는 남성들을 만족시켜주면서 주류 란제리 회사"가 되었습니다. 

 

1999년 IT 책임자 팀 플작은 패션쇼 사상 최초로 온라인 중계를 시도했습니다. 당시로서 18분의 인터넷 생중계는 인터넷상의 "가장 큰 행사"였죠. 그러나 동시접속 150만 명이 넘으면서 시스템이 다운되어 여론은 실패라고 보도했지만 경영자들은 성공적인 행사라고 자축할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란제리로 시작했으나 이후 의류, 화장품, 구두, 향수 등 아이템을 점점 확장하였고, 매출과 매장은 점점 증가하였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쇠퇴기

그러나 시대가 흐를수록 빅토리아 시크릿의 마케팅 전략은 이제 퇴색되기 시작합니다.

 

 위와 같이 성공적이던 스페셜 TV쇼는 2016년은 정점으로 하여 시청률이 급감하며, 동시에 매출 성장률 뿐 아니라 매출액 또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경쟁자들의 도전이 시작된 거죠. 2018년 창업한 지 5년 밖에 안된 루키(신참) 회사 ThirdLove는 어느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빅토리아 시크릿을 저격하는 공개편지를 전면광고로 실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에게 

지난주 귀사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에드 라섹이 보그(VOGUE)에 여성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급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 [중략]...

 
나는 적어도 20번 이상 인터뷰를 읽고 다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더 화가 납니다. 어떻게 여성을 위한 브랜드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공공 회사의 CMO가 그렇게 충격적이고 경멸적인 발언을 할 수 있을까? 

귀사는 남성에게 마케팅을 하고 여성들에게 남성의 판타지를 판매합니다. 하지만 ThirdLove는 말씀하신 것처럼 "42분짜리 스페셜 TV쇼"를 초월하는 생각을 합니다. 귀사의 쇼는 "남성들의 판타지" 일지 모르지만 우리 여성들은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출근할 때 실생활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자녀에게 모유를 먹이고 스포츠를 하며 병든 부모를 돌보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들에게 무엇이 그들을 섹시하게 만드는지 말하는 것을 그만둬야 할 때입니다. 

저는 5년 전에 Third Love를 설립했습니다. 왜냐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할 때였기 때문입니다. ThirdLove는 빅토리아 시크릿 와는 반대의 길을 갑니다. 우리는 여성들의 몸매, 크기, 나이, 민족성, 성별 정체성,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을 위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미래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획기적이라 보여서는 안 되고, 표준이 되어야 한다. 

... [중략]...

"우리는 여성들의 첫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는 변했습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남성들의 관음증의 판타지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고, 비현실적인 8등신의 미녀의 몸에 맞추어진 빅토리아 시크릿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자신의 몸에 맞춰지는 ThirdLove와 같은 제품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 속옷 시장에서 점유율 33%를 기록했지만 불과 2년 후인 2018년에는 점유율이 24%로 떨어집니다. 폐업하는 매장도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고객들은 이제 빅토리아시크릿의 8등신 몸매 기준의 36개 사이즈 안에서만 선택해야 했던 한계를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반면 ThirdLove는 전 세계 250만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사이즈에 관한 데이터 900개를 수집해 80개 이상의 사이즈를 제공합니다. 또한 고객이 기존에 입던 속옷 사이즈를 선택하고, 입었을 때 착용감 등에 대해 답하면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몸에 꼭 맞는 크기의 상품을 추천해 주면서 고객에게 만족감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결론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은 오래전부터 섹시한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이고 편안하고 여성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크릿 브랜드 정체성에 너무 집착하면서 적절한 시장 대응 시점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커머스라는 메가 트렌드 환경하에서 옴니채널, D2C 등의 판매 경로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카탈로그 판매나 오프라인 매장 판매에 집착하면서 새로운 흐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빅토리아 시크릿이 추구하는 미적, 상품 철학과의 갭이 시간이 갈수록 고객이 원하는 것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고객은 더 이상 빅토리아 시크릿의 강점이었던 섹시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 거죠. 

 

최근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매출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보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영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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